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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바이러스 Part 32023-06-13 12:16
작성자 Level 10

  

1. 대칭

 

뜨겁다는 개념은 차가움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위와 아래, 안과 밖, 크고 작음, 많고 적음, 두껍고 얇음, 빠르고 느림도 모두 다른 하나가 있어야 나머지 하나가 존재할 수 있는 상대적 개념이다. 우리에게 밤의 어둠이 없다면 낮이 밝다는 것을 인식할 방법이 없다.

 

하나는 상반된 다른 하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하나가 없다면 다른 하나도 존재할 수 없다. 아래가 없는 절대적인 위’, 작은 것이 없는 절대적으로 큼이라는 개념을 상상할 수 있을까? 이렇듯 우리는 세상의 물리적 현상을 하나의 쌍으로 이뤄진 상대적 개념으로 인식한다.1)2)

 

꼭 물리적 현상이 아니더라도 마찬가지다. 선과 악, 참과 거짓, 기쁨과 슬픔, 선천과 후천, 원인과 결과, 안전과 위험, 가난과 부, 건강과 질병과 같은 무형의 개념과 나와 너, 아군과 적군, 남과 여, 흑과 백, 동양과 서양, 물과 불, 산과 바다, 하늘과 땅과 같은 유형의 개념도 우리는 대칭적인 개념의 쌍으로 인식한다.

 

이러한 대칭적인 인식 체계는 인간이 세상을 균형 잡힌 하나의 아름다운 개체로 인식하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두 개념 중 하나를 인식하는 순간 그와 대칭인 나머지 하나의 속성을 상상할 수 있게 해주어 세상을 인식하는 수고로움을 반으로 줄이는 경제성 또한 제공한다.

 

인간은 세상이 대칭으로 이루어졌음을 인식할 때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끼며 대칭이 유지될 때 상황을 인식하기 위한 사고를 멈춘다. 하지만 이러한 대칭이 깨지면 변화를 인식하고 변화의 내용을 확인하며 그 변화가 이로운지 해로운지, 변화 후의 환경이 안전한지 위험한지 본능적으로 구별한다.3)

 

이렇듯 인간이 삶에서 수행하는 기본 작업은 세상 만물을 구별하는 작업이다.4) 이러한 구별은 우리가 인식한 변화에 대응하여 어떤 행위를 할 것인지 아닌지를 선택하는 기준이 되며, 사고를 통한 안전한 행위의 선택은 안정적인 생명 유지의 전제 조건이 된다.5)

 

2. 언어

 

인간의 인식에 의해 구별된 세상은 언어를 통해 이름이 붙여지면 그제야 적절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인간은 자신의 경험을 언어화(languaging)’하여 상징적으로 표현하며, 그렇게 만들어진 언어는 개인의 경험으로 구별된 세상을 사회에 전하는 도구가 된다.6)

 

우리에게 언어가 없다면 세상의 모든 현상에 대한 느낌은 개인이 경험하는 일시적인 해프닝일 뿐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7) 언어 덕분에 인간이 감각으로 느낀 세상은 의미를 부여받고 말할 수 있는(talkable)’ 대상이 된다.8)

 

교육이란 아직 경험이 부족한 어린 세대에게 언어로서 선대의 경험을 전달하는 과정이다.9) 어린 세대는 말로 배운 간접 경험을 기준으로 아직 느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를 상상하고 인식하며 또 구별한다.

 

하지만 언어를 통한 교육은 말로서 가르치고자 하는 개념이 뚜렷한 내재적 가치10)를 가지지 못할 때, 즉 화자(話者)가 말로 설명하는 개념이 확정되지 않고 모호할 때, 말이 청자(聽者)의 상상력을 제한하는 장벽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어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11)

 

예를 들어, ‘아래라는 개념을 볼 때 위와 아래는 둘 중 하나가 결정되어야 나머지 하나가 결정되는 가치이다.12) , 둘 중 하나를 고정하지 않으면 나머지 하나의 개념이 성립할 수 없다는 뜻이다. ‘더 위가 있다면 더 위아래가 되고, ‘아래더 아래가 있다면 더 아래가 된다.

 

따라서 라는 말의 절대적 개념은 아래가 결정되기 전에는 존재할 수 없다. 이렇게 하나가 결정되어야 다른 하나가 결정되는 상대적 개념은 상대가 없이 홀로 존재하는 경우 아무런 가치를 지니지 못하는 모호한 개념이다. 이런 경우 이러한 상대적 개념엔 내재적 가치가 없다고 말한다.

 

종교, 윤리, 철학, 심리학에서 흔히 말하는 선과 악도 마찬가지이다.13) 선의 개념이 성립하기 위해선 악의 개념이 정의되어야 하고, 악의 개념이 정의된다고 해도 그보다 더 악한 상황에서는 차악(次惡)이 최악의 상대적 선이 된다. 악이 없는 절대 은 내재적 가치를 인정할 수 없고, 그 반대도 같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는 관찰자의 관점(화자(話者))이 무엇이냐에 따라 또는 언어로 전달받는 사람(청자(聽者))이 관찰자의 관점을 이해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전달되거나 이해될 수 있다. 같은 단어도 화자의 관점과 청자의 관점에 괴리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경우 같은 단어를 사용하여 열띤 토론을 벌이더라도 둘의 대화는 단절된다.

 

우리가 흔하게 말하는 내 생각에는이라는 말이 대화를 단절시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대가 동일한 생각을 공유하지 않는다면 화자의 말은 자신을 표현하는 ()’와 같은 언어일 뿐 대화가 가능한 학술적 언어가 될 수 없다.

 

같은 언어를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또는 누가 듣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표현되거나 이해되는 것, 이것이 바로 언어가 가진 한계이고, 100년 전 비트겐슈타인14)이 세계는 사람 머리 수만큼 많다고 말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언어가 가진 상징성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해석 때문에 인간에게 필연적으로 인식의 오류를 유발한다.

 

이러한 오류를 피하기 위해서 화자(話者)는 청자(聽者)와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언어로 말하도록 노력해야 하고,15) 그렇지 않은 경우 청자의 비판적 사고를 수용하여 화자의 말이 청자의 상상력과 사고력을 제한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16)

 

3. 과학

 

양자역학17)의 선구자 에르빈 슈뢰딩거18)1960년 발표한 에세이 무엇이 실재인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수많은 교과서에서 물질적 사건이 어떻게 감각이나 사유로 바뀌는지에 대해 헛소리를 늘어놓고 있지만, 실은 우리는 이에 대해 전혀 통찰할 수 없다.”19)

 

최첨단 과학으로 4차 산업시대를 견인하고 있는 양자 역학은 막스 플랑크20),  닐스 보어21)베르너 하이젠베르크22)에르빈 슈뢰딩거 등의 세기의 과학자들에 의해 세상에 소개됐고, 그들의 노력으로 우리는 바야흐로 양자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물론 우리는 전자의 개념을 알지 못해도 전기를 쓰고, 전파의 개념을 몰라도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으니, 우리가 현재 양자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느껴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양자가 무엇인지 이것이 우리 생활의 어느 정도 깊이까지 들어와 있는지 인식하지 못한다고 해도 이들의 조언에 귀 기울일 필요는 있다.

 

왜냐하면 그들이 문을 연 양자역학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 물리학과 화학, 생물학을 바꿨고, 생명의 의미를 변화시켰으며 그 결과 우리가 알던 의학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4편에 계속) 


[참고문헌]

1) Miller AI. Erotica, aesthetics and Schrödinger’s wave equation. In: Farmelo G, editor. It must be beautiful: Great equations of modern science. London: Granta Books; 2002. pp. 80101.

2)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2903971/

보완적인 자연의 조정 역학

3) https://bigthink.com/13-8/matter-antimatter-asymmetry/

대칭은 아름답지만 비대칭은 우주와 생명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4) Maturana H. Ontology of Observing: The biological foundations of self-consciousness and of the physical domain of existence. American Society for Cybernetics Conference, Felton, CA. 18-23 October, 1988. 1988. [7/14/2010]. http://www.inteco.cl/biology/ontology/

5)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2944661/

선택하기 위해 태어났다: 통제 욕구의 기원과 가치

6) Pinker S. The Language Instinct. New York: HarperCollins; 1994.

7) Moneta G. The Foundation of Predictive Experience and the Spontaneity of Consciousness. In: Lester Embree., editor. Life-World and Consciousness. Evanston, Ill: Northwestern University Press; 1972.

8)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3139986/

발견의 언어

9) https://en.wikipedia.org/wiki/Education

교육

10) https://plato.stanford.edu/entries/value-intrinsic-extrinsic/

내재적 가치와 외재적 가치 Intrinsic vs. Extrinsic Value

11)

https://paricenter.com/library/culture-philosophy-and-science/the-role-of-language-in-science/

과학에서 언어의 역할

12) N.Bohr, in A. Peterson Quantum Physics and the Philosophical Tradition. (M.I.I. Press, Cambridge, Mass 1968.)

13) https://en.wikipedia.org/wiki/Good_and_evil

선과 악

14) https://en.wikipedia.org/wiki/Ludwig_Wittgenstein

Ludwig Wittgenstein

15) G. Fauconnier, Mental Spaces:Aspects of meaning construction in natural language. (Bradford/M.I.T. Press, Cambridge, Mass, 1985.)

16) https://en.wikipedia.org/wiki/Critical_thinking

비판적 사고

17) https://en.wikipedia.org/wiki/Quantum_mechanics

양자 역학

18) https://en.wikipedia.org/wiki/Erwin_Schr%C3%B6dinger

Erwin Schrödinger

19) 에르빈 슈뢰딩거. 김태희 역. 물리학자의 철학적 세계관. 필로소피. 2013. P100

20) https://en.wikipedia.org/wiki/Max_Planck

Max Planck

21) https://en.wikipedia.org/wiki/Niels_Bohr

Niels Bohr

22) https://en.wikipedia.org/wiki/Werner_Heisenberg

Werner Heisenbe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