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제목중고차와 감기2024-03-04 16:45
작성자 Level 10

  

진료를 하다보면 환자들이 자기 몸을 마치 고장 난 기계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느낍니다. 병원은 그런 기계를 고치는 곳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고요. 하지만 우리 몸에는 기계와 크게 다른 특별한 기능이 있습니다.

 

우리와 친숙한 자동차를 예로 들어볼까요?

 

-------------------------

 

갑돌이는 갓 면허를 딴 초보운전자입니다. 갑돌이의 아버지는 갑돌이에게 운전 연습을 하라며 100만 원짜리 중고차를 사줬습니다. 운전이 서툰 갑돌이에게 자동차 관리에 대한 개념이 있을 리 없죠. 엔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잘 모르고 엔진오일이 뭔지도 모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돌이의 차는 엔진 소음이 심해지고 출력이 떨어졌습니다. 갑돌이는 뭔가 이상하다 느꼈지만 차가 오래돼서 그렇겠거니 하고 그냥 타고 다녔죠.

 

시간이 흘러 운전이 어느 정도 익숙해진 갑돌이는 고속도로를 달리다 무서운 경험을 합니다. 엔진룸에서 연기가 나며 차가 멈춘 것이죠. 다행히 차를 갓길에 세워 큰 사고는 면했지만 차는 더 이상 운행이 불가능했습니다. 갑돌이의 차는 카센터로 견인됐고 갑돌이는 엔진이 손상되어 수리가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습니다. 카센터 사장님은 제때 엔진오일만 갈았어도 한참을 더 탈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고 말합니다. 갑돌이는 차에 대해 너무 몰랐던 자신을 원망했지만 이미 늦었음을 깨닫고 다시 뚜벅이로 돌아갑니다.

 

-------------------------

 

조금은 극단적인 예이지만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갑돌이가 만약 엔진 소음이 커지고 출력이 떨어졌을 때 카센터를 방문해 엔진오일을 교체했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겠죠.

 

이번엔 사람을 예로 들어볼까요?

 

-------------------------

 

스무 살 앳된 대학 신입생 갑순이는 3월 환절기를 맞아 콧물과 코막힘이 생기고 목이 칼칼합니다. 날씨가 쌀쌀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그냥 넘어갔는데 어느 날 갑자기 40도 가까이 체온이 오르고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픕니다. 도저히 움직이기 힘들었지만, 혹시나 큰일이 날까 싶어 병원을 찾았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독감과 인후염이 겹쳤다고 말하며 타미플루와 해열진통소염제 그리고 항생제 등을 처방했습니다. 갑순이는 약을 잘 먹었지만 3일 정도 더 아팠고 정상적으로 되돌아오는 데는 1주일 이상 걸렸습니다.

 

-------------------------

 

갑순이와 갑돌이의 예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갑돌이는 차에 생긴 증상을 무시해서 큰 문제를 겪었고, 갑순이는 몸에 이상이 있을 때 병원을 찾아 문제를 해결한 것이 둘의 차이라고 합니다.

 

이분들은 아마 이렇게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고장 난 자동차 = 환자’,

카센터 사장 = 의사’,

엔진오일 =

 

물론 이런 관점도 아주 틀렸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것이 잘못된 판단임을 알게 됩니다.

 

왜 그럴까요?

 

기본적으로 사람과 기계는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갑돌이는 엔진에 소음이 발생하고 출력이 떨어졌음에도 엔진 오일을 교체하지 않았습니다. 엔진은 새 오일을 넣어주지 않으면 문제가 심각해져서 수리가 어려울 정도로 망가집니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원래대로 돌아올 능력은 없죠.

 

하지만 몸은 다릅니다.

 

갑순이는 환절기의 찬바람이 호흡기에 문제를 일으켰고,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병원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만약 갑순이가 병원을 가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호흡기 질병이 악화하여 목숨을 위협하거나 호흡기가 다시는 못 쓸 만큼 망가졌을까요?

 

물론 그럴 가능성이 0.0000001%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20세 젊은이가 아무런 계기 없이 호흡기 질환만으로 사망에 이르거나, 기능을 잃을 정도로 호흡기가 손상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염증이라 부르는 몸에 불편을 일으키는 여러 현상 자체가 우리 몸을 원래대로 회복시키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반응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갑돌이의 자동차에서 나타난 소음과 출력 감소 등은 자동차가 점점 더 망가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증상이고, 갑순이의 몸에 나타난 발열과 몸살 등은 갑순이가 예상치 못한 추위로 발생한 문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증상이므로 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이죠.

 

, 기계와 사람의 근본적인 차이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에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의 자동차가 손상된 부품을 스스로 재생해 교체하고 고장 난 기능을 복구하는 능력을 갖췄다면 그 차는 살아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그런데, 세상에 그런 자동차는 없죠. 하지만 사람은 살아 있는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그 일을 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므로 고장 난 차를 아픈 사람과 동급으로 취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하물며 사람이 자기 몸을 기계처럼 대하거나 의사가 환자를 고장 난 자동차 대하듯 한다면 정말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

 

갑돌이의 차는 엔진오일을 제때 갈지 않았다란 명확한 고장의 원인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갑순이가 걸린 인후염과 독감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사람들은 독감의 원인은 독감(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이고 인후염은 검사해 봐야 알 수 있지 않겠냐고 반문합니다.

 

쓴웃음이 나옵니다.

윗글에 정답이 있는데...

 

독감과 인후염의 원인은 예상치 못한 추위입니다.

물론 그 정도의 날씨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갑순이의 능력도 원인이 될 수 있죠.

 

이렇게 말씀드리면 그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뭐냐? 원인이 아니란 얘기냐?’고 되물으실 것 같습니다.

 

-------------------------

 

저는 작년부터 바이러스라는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연재하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바이러스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책을 쓰고 영상을 제작해서 좀 더 쉽게 해결할 수도 있었던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에서 오는 자괴감과 자책감.

 

두 번째는 현재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중심이 되는 바이러스라는 물질에 대한 현시대의 개념을 알리지 않는다면 대중은 물론 내게 진료를 받는 환자들까지 언제든 똑같은 수난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憂慮).

 

저 또한 2020코로나 미스터리라는 책을 쓸 당시는 바이러스가 뭔지 잘 몰랐습니다. 아니 몰랐다기보다는 당시 교과서에 수록된 내용을 맞겠거니 생각하고 책으로 옮겼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도 정확히 알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현재 지구상에 바이러스는 이것이다. 라고 정의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이 바이러스가 이러한 질병을 일으켰다고 선언할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또한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호흡기 바이러스로 알려진 코로나바이러스가 호흡기는 물론 뇌와 심장, 생식기와 소화기 등 각종 장기에 질병을 유발한다고 발표된 것처럼, 앞으로 여러 가지 암과 치매 등 생각지도 못했던 다수의 질병이 바이러스 때문에 발생한다.’고 발표될 수 있다는 것과, 이런 일이 이론적으로 어떻게 가능한지 정도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저는 제가 이해하고 있는 부분까지 근거를 달아 설명하고 글을 마칠 생각입니다.

 

------------------------

 

현재 10편까지 연재된 바이러스라는 글이 길고 주제가 산만하여 잘 안 읽힐 수 있습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지난 4년간 찾았고 지금도 찾고 있는 많은 자료를 참고하고 정리해서 타인이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글을 쓴다는 것이 근본적으로 밑천이 달리는 제게는 참 어려운 일입니다. 또다시 틀린 글을 쓰게 될까 두렵기도 하고요.

 

글의 진행이 더디고 때로 내용이 어렵지만 이 글이 마무리될 때쯤엔 많은 분들이 왜 이 글이 이렇게 씌어졌는지 이해해 주실 거라 믿습니다.

. 

.

.

토요타 코로나.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