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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바이러스 Part 82023-10-19 19:46
작성자 Level 10

그림 1. Erwin Schrödinger in Dublin in 1952.  


1. Chromosome 

 

슈뢰딩거가 찾아낸 a) 형태와 기능을 동시에 지녔고, b) 생명의 신비를 내포했으며, c) 그 신비를 화학과 물리학으로 풀어낼 수 있도록 근거를 제공하고, d) 우리 몸을 구성하는 3.7 x 1027개의 무질서한 원자를 일사불란하게 질서 잡힌 신진대사의 세계로 끌어들여 각각의 역할을 부여하는 그 물질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렇다. 그 물질은 바로 유전자였다.

 

슈뢰딩거가 자신에게 물었던 질문, '살아 있는 유기체의 공간적 경계 내에서 일어나는 시공간의 사건을 물리학과 화학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슈뢰딩거는 유전자에서 찾았다.

그림 2. DNA의 구조

  

물론 슈뢰딩거는 유전자(gene)라는 말 대신 유전 부호(hereditary code-script) 또는 염색체(chromosome)’라는 말을 사용했지만,1) 중요한 것은 그가 세포 속에 있는 핵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염색체에서 생명 현상의 비밀, , ‘물질과 생명과의 접점을 찾아냈다는 데 있다. 

 

그는 염색체 구조를 법전 및 행정력또는 건축가의 계획 및 건설업자의 솜씨라 설명하며2) 염색체가 생명 현상의 비밀을 담고 있는 물질이자, 아주 작은 원자가 세포와 조직을 이루고 여러 장기와 완성된 유기체를 만들어가도록 안내하는 설계도라고 주장했다.

 

슈뢰딩거의 이러한 견해는 물질이 어떻게 생명을 얻는지 궁금해하던 대중에게, 물질이 곧 생명이라는 사고의 전환(paradigm shift)을 불러온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그의 주장은 전문 생물학자보다는 화학자, 물리학자, 수학자에게 큰 영향을 주었으며, 이 학자들이 겪은 세계관의 변화는 미래의 생물학을 이끌어갈 분자 혁명의 초석이 되었다.3)

 

2. 바람

 

슈뢰딩거의 상상은 록펠러 대학4)5)의 두 명의 연구원 워런 위버(Warren Weaver)6)와 오즈월드 에이버리(Oswald Avery)7)에 의해 현실로 바뀐다. 실제로 '분자생물학'8)이란 용어는 1930년대에 록펠러 대학의 연구 책임자이자 수학자였던 워런 위버에 의해 만들어졌으며9), 캐나다계 미국 의사였던 오즈월드 에이버리는 슈뢰딩거의 책이 출판되던 1944년에 이미 염색체 속의 DNA가 유전물질임을 증명했다.10)

 

그들이 속한 록펠러재단11)은 분자 혁명의 돛에 바람을 불어넣었다. 록펠러재단의 지원을 받은 케임브리지 대학 캐번디시 연구소(Cavendish Physics Lab)12)의 제임스 왓슨(James Watson)13)과 프랜시스 크릭(Francis Crick)14)DNA의 이중나선 구조 모델15)을 개발했으며, 프릭은 이를 바탕으로 그 유명한 생명 중심 원리(센트럴 도그마, Central Dogma)’라는 가설을 내놓았다.16)

 

그림 3. DNA - 아데닌(A), 시토신(C), 구아닌(G), 티민(T)


‘DNA 이중나선 구조란 아데닌(adenine, A), 시토신(cytosine, C), 구아닌(guanine, G), 티민(thymine, T)이라는 네 개의 분자가 특별한 법칙 없이 기다랗게 이어진 하나의 선에 같은 형태의 또 하나의 선이 겹쳐 서로 꼬여 있는 형태를 말한다


두 선의 결합에는 원칙이 있는데 아데닌은 티민과만 짝을 이룰 수 있고(A-T or T-A), 구아닌은 시토신과만 짝을 이룰 수 있어(C-G or G-C) 한쪽 분자를 알면 다른 쪽도 알 수 있는 특징이 있다.17)



그림 4. DNA, 메신저 RNA, 코돈(codon) 


DNA가 유전정보가 될 수 있는 까닭은 아데닌, 시토신, 구아닌, 티민이 불규칙하게 연결된 이 가느다란 선을 세 개씩 끊었을 때 마치 모스부호처럼 하나의 물질(아미노산)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암호가 되기 때문이다



그림 5. RNA와 코돈(codon) 그리고 각각의 코돈에 해당하는 아미노산(aminoacid)


하나의 아미노산을 만들 수 있는 세 개로 묶인 유전부호를 코돈(codon)’18)이라고 하며, 우리는 변화하는 인체 안과 밖의 환경에 반응하여 시의적절하게 DNA에 적혀있는 정보를 읽어와(전사, transcription)19) 필요한 물질을 만들어낸다(번역, translation).20) 


 

그림 6. DNA에서 유전정보를 읽어오는 메신저 RNA와 RNA에 전사된 정보를 바탕으로 단백질을 생산하는 리보솜


이때 핵 속 DNA에 적혀있는 정보를 복사(전사)해오는 사본이 메신저 RNA(messenger RNA, mRNA)21)이며, 이렇게 읽어온 정보를 바탕으로 필요한 물질을 생산하는 곳이 핵 밖 소포체(endoplasmic reticulum)22)에 있는 리보솜(ribosome)23)이라는 단백질 공장이다.

 

메신저 RNADNA에 기록된 정보를 읽어올 때는 상호 대응하는 분자로 읽어오는데, 일례로 DNA‘TAG/GTT’라고 적혀있으면 티민(T)은 아데닌(A)과 구아닌(G)은 시토신(C)과 짝을 이루므로 RNA가 그것을 복사했을 땐 ‘ATC/CAA’가 된다.

 

, RNADNA와는 달리 아데닌(A)에 대응하는 분자로 티민(T) 대신 유라실(uracil, U)을 사용하므로 DNA에 아데닌(A)이 있을 경우 RNA로 읽어오면 유라실(U)이 되어 위 문제의 정답은 ‘ATC/CAA’가 아닌 ‘AUC/CAA’가 된다


그림 7. 표준 코돈표 


만약 이렇게 만들어진 RNA가 리보솜에서 어떤 물질로 변환되는지 궁금하다면 코돈표를 확인하면 된다. 위의 표를 보면 메신저 RNAAUC는 아이소류신(isoleucine), CAA는 글루타민(glutamine)이란 아미노산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담이지만 호흡기 질환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여러 바이러스(리노, 코로나, 인플루엔자 등)의 안에도 RNA가 담겨 있고 현재 코로나 백신으로 사람들에게 접종하고 있는 모더나, 화이자 백신에도 RNA가 들어 있는데 이들 RNA도 우리 세포 안으로 들어가면 리보솜을 이용하여 단백질을 생산해 우리 몸의 신진대사에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된다.

 


 
그림 8. 생명 중심 원리 (Central dogma)


1958년 크릭에 의해 개발된 생명 중심 원리DNA에 담긴 유전정보가 RNA로 전달되고, 그리고 RNA에 복사된 정보는 리보솜에서 단백질로 변환되므로, 유전정보는 ‘DNA -> RNA -> 단백질이렇게 한 방향으로만 흐르며, 역방향의 정보 이동은 불가능하다는 이론이다.24) 물론 현대에 와서는 생명 중심 원리가 항상 맞지는 않는다고 밝혀지기도 했지만25), 변함없는 사실은 이들의 발견이 생물학의 분자 혁명을 이끌었으며 현재 우리는 그들이 일으킨 변화의 중심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3. 혁명


슈뢰딩거의 발상은 생명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바꿔놓았다. 신비롭게만 여겨졌던 생명은 인간이 해독할 수 있는 정보에 불과했고, 그 정보의 전달자는 생명이면서 동시에 물질인 유전자였다.26)


슈뢰딩거는 닐스 보어가 가졌던 물질과 생명의 상보적 관점을 생명에 대한 정보를 담은 물질인 유전자로 통일시켰고, 이후의 학자들은 그토록 대단히 여겼던 생명이 실험실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아니 적어도 조작 가능한 물질에 불과하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과학자들의 이러한 사고는 살아 있는 유기체는 무생물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했던 생기론27)에 종말을 고했고, ‘생물학적 시스템을 구성요소로 분해하면 물리 화학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고 믿었던 환원주의28)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렸다. 현대 생물학의 궁극적인 목표는 모든 생물학을 물리학과 화학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것이라던 크릭의 주장은 당시 학계에 만연해 있던 환원주의적 사고를 잘 보여준다.29)

 

환원주의자들은 인간 유기체와 진보된 컴퓨터를 대조하며 인간이 핵 속에 담고 있는 소프트웨어(유전자)를 읽어 들이려 노력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일에 점점 더 능숙해졌다.30)


그리고 유전자 분석의 선구자인 크레이그 벤터(Craig Venter)31)와 같은 과학자는 우리가 곧 유전자를 자신의 사양에 맞게 재작성할 수 있을 것이며, 결국 우리는 말 그대로 자가 프로그래밍 존재(self-programming beings)’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게 된다.32)


======================(9편에 계속)


[참고문헌]

1) 에르빈 슈뢰딩거. 서인석, 황상익 역, 생명이란 무엇인가. 한울엠플러스. 1992. P 55

2) 에르빈 슈뢰딩거. 서인석, 황상익 역, 생명이란 무엇인가. 한울엠플러스. 1992. P 57

3)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007/s42438-020-00149-w

슈뢰딩거의 '생명이란 무엇인가?' 포스트디지털 시대의 예언으로서

4) https://covid-19-research.rockefeller.edu/about

록펠러 대학의 코로나19 연구

5) https://en.wikipedia.org/wiki/Rockefeller_University 록펠러 대학교

6) https://en.wikipedia.org/wiki/Warren_Weaver 워런 위버

7) https://en.wikipedia.org/wiki/Oswald_Avery 오즈월드 에이버리

8) https://en.wikipedia.org/wiki/Molecular_biology 분자생물학

9) https://www.theguardian.com/science/blog/2013/feb/07/wonders-life-physicist-revolution-biology 생명이란 무엇인가? 생물학의 혁명을 일으킨 물리학자

10)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2135445/

폐렴구균형의 형질전환을 유발하는 물질의 화학적 성질에 관한 연구

11) https://en.wikipedia.org/wiki/Rockefeller_Foundation 록펠러 재단

12) https://en.wikipedia.org/wiki/Cavendish_Laboratory 캐번디시 연구소

13) https://en.wikipedia.org/wiki/James_Watson 제임스 왓슨

14) https://en.wikipedia.org/wiki/Francis_Crick 프란시스 크릭

15) https://www.nature.com/scitable/topicpage/discovery-of-dna-structure-and-function-watson-397/ DNA 구조와 기능의 발견: 왓슨과 크릭

16) https://en.wikipedia.org/wiki/Central_dogma_of_molecular_biology

분자생물학의 중심원리, Central dogma of molecular biology

17) https://www.genome.gov/genetics-glossary/Deoxyribonucleic-Acid

디옥시리보핵산(DEOXYRIBONUCLEIC ACID, DNA)

18) https://www.genome.gov/genetics-glossary/Codon 코돈

19) https://www.genome.gov/genetics-glossary/Transcription 전사

20) https://www.genome.gov/genetics-glossary/Translation 번역

21) https://www.genome.gov/genetics-glossary/messenger-rna 메신저 RNA

22) https://en.wikipedia.org/wiki/Endoplasmic_reticulum 소포체

23) https://www.genome.gov/genetics-glossary/Ribosome 리보솜

24) https://www.genome.gov/genetics-glossary/Central-Dogma 센트럴 도그마

25) https://biologydirect.biomedcentral.com/articles/10.1186/1745-6150-7-27

생명중심원리는 아직도 유효한가?

26) https://www.theguardian.com/science/blog/2013/feb/07/wonders-life-physicist-revolution-biology 생명이란 무엇인가? 생물학의 혁명을 일으킨 물리학자

27) https://en.wikipedia.org/wiki/Vitalism 생기론

28) https://en.wikipedia.org/wiki/Reductionism 환원주의

29)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1299179/

분자생물학의 환원주의와 복잡성

30) https://www.genome.gov/human-genome-project 인간 게놈 프로젝트

31) https://en.wikipedia.org/wiki/Craig_Venter 크레이그 벤터

32)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007/s42438-020-00149-w

슈뢰딩거의 '생명이란 무엇인가?' 포스트디지털 시대의 예언으로서